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광고 분석 — 편의점 한 켠의 콘이 축구장을 소환하는 순간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밤 11시, 동네 슈퍼 앞에 선 청년 하나. 건물 한편에 "24HOURS 7DAYS" 네온사인이 깜빡인다. 지극히 평범한 장면에서 광고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다음 장면, 그는 수만 명의 함성이 가득한 축구 경기장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손에는 월드콘 하나.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슬로건이 노란 글씨로 경기장 잔디 위를 가로질러 올라옵니다. 롯데웰푸드가 2026년, 40주년을 맞은 월드콘을 앞세워 내놓은 이 15초짜리 광고는 아이스크림이 어떻게 판타지를 운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월드콘: 부라보콘을 꺾은 1986년의 도전자, 40년 후의 왕좌
월드콘의 탄생은 도전에서 출발했습니다. 1970년대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이 콘 아이스크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시절,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는 1986년 3월 이를 정면으로 겨누는 제품을 내놓습니다.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더 크게, 더 바삭하게, 더 달콤하게. 경쟁사 제품이 밋밋한 웨이퍼 콘을 쓸 때 월드콘은 달달하고 바삭한 '슈가콘'을 택했고, 아이스크림과 닿는 내부를 초콜릿으로 코팅해 마지막 한 입까지 촉촉함을 유지했습니다. 출시 첫 해 6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3년 차인 1988년 아이스크림 콘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콘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 뒤의 역사는 꾸준함의 기록입니다. 1996년 전체 빙과 시장 1위, 이후 수십 년간 정상을 지키며 2025년에는 다시 한 번 전체 아이스크림 판매량 1위를 기록했습니다. 40년간 팔린 누적 개수는 약 32억 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 9,000억 원. 이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 둘레의 18바퀴를 넘는 길이입니다. 브랜드 디자인도 13번이 넘게 리뉴얼됐습니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패키지를 바꾸고 광고를 내놓는 스포츠 연계 마케팅은 이 브랜드의 오랜 DNA입니다. 2010년대에는 게임 스타 '페이커(이상혁)'를 모델로 삼아 1020 세대를 공략했고, 2021년부터는 인도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 미국·베트남·몽골 등 36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글로벌 빙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출시 40주년을 맞아 선택한 모델이 바로 손흥민입니다. "월드클래스와 월드콘의 만남"이라는 롯데웰푸드의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① 캠페인 구조: 편의점에서 경기장으로, 현실이 판타지 속으로 미끄러지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이 광고의 서사 구조는 '일상 → 판타지 → 일상 → 판타지 → 합류'라는 순환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밤의 편의점 앞에 서 있던 청년이 축구 경기장 한가운데로 이동하는 첫 번째 점프. 손흥민이 수비수들을 제치는 CGI 경기 장면.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와 손흥민의 홍보 포스터 앞에 월드콘을 향해 손을 뻗는 청년. 그리고 다시 경기장으로 이어지며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타이틀 자막이 잔디를 가로지르는 순간, 청년은 이미 그 경기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엔딩에서 손흥민과 나란히 서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은 판타지가 완성되는 지점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편의점 내부 씬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월드콘을 잡으려 손을 뻗는 청년, 그 뒤 계산대에 걸린 "승리를 부르는 콘 — 월드콘" 홍보 포스터. 현실 세계에서도 월드콘은 손흥민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광고 속 청년이 바라보는 포스터 속 손흥민은 판타지 세계에서 그가 이미 만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 순환 구조 덕분에 광고는 15초 안에 '월드콘을 먹으면 손흥민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는 행위가 곧 세계적 선수와 같은 편에 서는 판타지의 입장권이 됩니다.
또한 이번 광고는 일부 장면에 "AI-Generated Content"를 명시적으로 표기했습니다. CGI와 AI 생성 영상이 혼합된 경기 장면은 실사 촬영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영상을 구현하게 해줬습니다. 광고 업계에서 AI 생성 콘텐츠를 공개적으로 표기하는 것이 아직은 드문 관행이라는 점에서, 이 광고는 한국 광고사에서 나름의 마킹을 남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② 타깃 오디언스: '부라보콘을 기억하는 세대'가 아닌 '손흥민을 아는 세대'
이 광고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청년은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읽힙니다. 후드티에 흰 운동화, 편의점을 어슬렁거리는 복장. 이른바 "Z세대"라고 부르는 코드이지만, 이 광고는 그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월드콘과 축구, 그리고 손흥민이라는 조합으로 세대를 호출합니다. 손흥민은 국내에서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좋아하는 범세대적 스포츠 스타이지만,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보며 자란 Z세대에게는 각별한 존재입니다. 편의점 문화와 야간 외출이 일상인 세대에게 "네가 사는 편의점의 그 콘이 손흥민의 월드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집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광고 집행 타이밍도 계산적입니다. 2026년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해입니다. 월드콘이라는 이름 자체에 '월드(World)'가 들어 있고, 월드컵 시즌에 맞춰 손흥민을 내세운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빙과 성수기(여름)와 월드컵(6월)이 겹치는 이 시즌에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슬로건이 공중파와 디지털에 퍼지면, 월드컵 기간 내내 판매와 연동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③ 크리에이티브 분석: 씬별로 해부하는 15초의 밀도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오프닝 — 일상성의 설계
광고는 밤의 편의점 앞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으로 시작합니다. "SUPERMARKET GENERAL FOODS"라는 영문 간판, "24HOURS 7DAYS" 네온사인. 한국의 모든 골목에 있는 그 공간입니다. 이 평범함이 이후의 판타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평범한 출발점이 없으면 비범한 도착점도 없습니다. 조명은 무드 있는 영화적 라이팅을 사용해, 이미 이 장면 자체가 단순한 '편의점 컷'이 아닌 '이야기의 시작점'임을 알립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판타지 진입 — 제품이 포탈이 되는 순간
청년이 축구 경기장에 등장했을 때 그의 손에는 월드콘이 있습니다. 제품이 세계 이동의 매개체입니다. 이 설정은 단순하지만 정직하게 유효합니다. "이 제품을 사면 그 세계에 들어간다"는 은유를 글 한 자 없이 비주얼로 전달합니다. AI 생성 CGI 경기 장면은 현실 손흥민을 촬영하기 어려운 해외 구단 일정 문제를 우회하면서도, 오히려 '꿈의 세계'라는 판타지 장르에 더 어울리는 질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편의점 귀환 씬 — 루프의 완성
광고의 가장 독창적인 씬은 청년이 다시 편의점 안에 돌아와 바닥에 떨어진 월드콘을 잡으려 손을 뻗는 장면입니다. 물고기 눈 렌즈(어안 렌즈)로 촬영된 이 씬은 과장되고 역동적인 구도를 만들며, 청년의 간절함을 코믹하면서도 공감 가능하게 표현합니다. 배경의 손흥민 포스터에 적힌 "승리를 부르는 콘"은 이 장면이 현실인지 판타지인지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월드콘을 사는 행위 자체가 이미 '승리의 서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슬로건 타이포그라피 — 자막이 경기장이 된 순간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슬로건이 굵고 노란 한글 타이포그라피로 축구 경기장 화면 위에 올라오는 장면은 이 광고에서 가장 강한 단 한 장면입니다. '승리를 부르다'는 표현은 '부르는 노래'처럼 주술적이며, '콘'은 영어 cone이자 한국어 '콘(corn)'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이 슬로건은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경기장의 함성, 그리고 편의점 선반의 아이스크림을 하나의 감각 안에 묶는 역할을 합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엔딩 — 제품 라인업의 등장
마지막 장면에서 손흥민과 청년이 나란히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뒤로 월드콘 제품 라인업 여러 종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감성 서사로 시작해 판타지를 경유한 뒤, 마지막에 제품을 보여주는 이 순서는 교과서적이면서도 효과적입니다. 브랜드 로고와 롯데웰푸드 사명이 우측 하단에 자리잡으며 마무리됩니다.
④ 아쉬운 점, 그리고 다음 캠페인이 가야 할 방향
손흥민이 월드콘을 먹지 않는다
이 광고에서 손흥민은 시종일관 축구를 합니다. 경기장에서 드리블하고, 세리머니를 합니다. 월드콘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이것은 전략적 선택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 = 월드콘' 연결고리가 감성적으로 완성되지 못하는 지점을 남깁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모델의 '음용 장면' 또는 '섭취 장면'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한 장면이 제품과 인물 사이의 정서적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15초라는 제약이 있었겠지만, 30초 버전이나 디지털 롱폼에서는 손흥민이 실제로 월드콘을 먹는 장면이 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판타지가 빠르게 소비된다
현실 → 판타지 → 현실 → 판타지 → 합류라는 서사 구조는 15초에 담기엔 지나치게 많은 레이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씬 전환이 빠르다 보니 감정 이입의 깊이가 얕아집니다. 편의점 앞 청년의 일상이 더 충분히 전달되어야 '축구장으로의 이동'이 더 극적으로 느껴집니다. 15초 TV 광고에 더해 60초 디지털 롱폼 버전에서 이 서사를 충분히 펼쳤다면 훨씬 더 큰 감정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AI 생성 표기의 이중성 — 투명성인가, 약점인가
"AI-Generated Content" 워터마크는 새로운 시대의 정직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손흥민이 실제로 여기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특히 한국 소비자가 연예인/스포츠 모델에게 갖는 '친밀감'이라는 정서적 자산을 AI 생성 씬이 부분적으로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손흥민의 실제 표정과 동작이 담긴 촬영본과 AI 생성 장면을 더 명확하게 분리하거나, 아니면 AI 생성 장면을 더 노골적으로 '판타지 장르'의 영역으로 처리해 소비자가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다음 캠페인이 가야 할 방향 — 월드컵과 40주년, 두 개의 훅을 동시에 잡아라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롯데웰푸드에게 40년 만에 찾아온 최대의 마케팅 윈도우입니다. 월드콘이라는 이름에 '월드'가 있고, 대표팀 번호를 달고 뛰는 손흥민이 모델이며, 월드컵 시즌과 여름 빙과 성수기가 완벽하게 겹칩니다. 다음 캠페인은 지금의 판타지 세계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0년의 헤리티지'를 서사의 축으로 삼아야 합니다. 1986년 월드콘 출시 → 1988 서울 올림픽 → 수많은 월드컵과 함께 성장한 브랜드의 역사를 손흥민이라는 현재와 연결할 때, 광고는 단순한 15초짜리 퍼포먼스를 넘어 문화적 아카이브가 됩니다. 또한 손흥민이 어린 시절 월드콘을 먹으며 꿈을 키웠다는 실제 에피소드를 활용한다면 AI 생성 판타지보다 훨씬 강한 감성적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⑤ 업종 맥락: 롯데 vs. 빙그레, 2026년 빙과 왕좌 쟁탈전의 실제 지형
이 광고를 제대로 읽으려면 한국 빙과 시장의 현재 구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롯데웰푸드 40.9%, 빙그레 28.2%, 해태아이스크림 14.6% 순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2025년을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빙그레 — 부라보콘을 삼키고 거대해졌다
월드콘의 가장 역사적인 라이벌은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입니다. 1972년 출시된 부라보콘은 월드콘이 나오기 14년 전부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월드콘이 그 왕좌를 빼앗은 것이 1988년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합병하면서 이 구도가 재편됩니다. 빙그레의 기존 라인업(메로나, 붕어싸만코, 투게더, 아카페라, 엑설런트)에 해태의 부라보콘, 폴라포, 누가바가 합쳐지며 사실상 두 번째 거대 플레이어가 탄생했습니다. 합병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발휘하는 2026년 여름 시즌은 롯데웰푸드 입장에서 쉽지 않은 전선입니다. 손흥민을 앞세운 월드콘의 대형 캠페인은 이 전선을 방어하는 동시에 선제 공격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롯데웰푸드 자사 브랜드 간의 포지셔닝
롯데웰푸드 내부에서도 월드콘은 죠스바·스크류바·설레임 등 대중 라인과 끌레도르·나뚜루 등 프리미엄 라인 사이에서 '브랜드 위계의 꼭대기'를 차지해야 합니다. 40년간 쌓인 1위의 헤리티지와 손흥민이라는 현재의 아이콘이 결합할 때, 월드콘은 단순한 콘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롯데웰푸드 전체 빙과 포트폴리오의 기함(flagship)이 됩니다. 이 광고는 그 포지셔닝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⑥ AI 시선 예측 기반 분석

시선은 먼저 바닥에 쓰러진 인물의 얼굴에 강하게 집중됩니다. 이후 손이 뻗는 방향을 따라 바닥의 제품으로 이동하고, 오른쪽 광고판 속 인물과 카피로 시선이 이어집니다.
광고적으로는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메시지를 상황극처럼 보여주는 컷입니다. 제품을 직접 먹기 전, 인물이 간절하게 제품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을 통해 제품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아이템처럼 표현됩니다.

시선은 왼쪽의 큰 카피 “승리를 부르는 콘”에 먼저 집중되고, 이후 공을 차는 선수와 경기장 전체로 확장됩니다. 카피가 워낙 크게 배치되어 메시지 인식이 빠른 구조입니다.
광고적으로는 제품의 효익을 설명하기보다, 축구 경기의 긴장감과 연결해 월드콘을 ‘승리’와 연결된 응원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하는 장면입니다.

시선은 중앙의 환호하는 선수와 인물에게 먼저 향하고, 이후 왼쪽 카피와 하단 제품 라인업으로 이동합니다. 마지막 컷답게 브랜드명, 제품군, 감정 반응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
광고적으로는 앞선 장면에서 만든 기대감을 승리의 순간과 제품 이미지로 마무리하는 컷입니다. 여러 맛의 제품을 함께 보여주면서 구매 선택지까지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종합적으로
세 컷은 위기 상황 → 경기 장면 → 승리/제품 라인업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단순 아이스크림 광고가 아니라, 스포츠 응원 상황과 연결해 월드콘을 승리를 부르는 재미있는 상징물처럼 보이게 만든 점이 핵심입니다.
💡 한 줄 인사이트
'승리를 부르는 콘'은 슬로건이 아닙니다. 편의점 선반에서 손을 뻗는 청년이 이미 손흥민의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선언입니다. 월드콘은 40년간 맛으로 1위를 지켰지만, 앞으로의 40년은 이야기로 1위를 지켜야 합니다. 그 이야기의 첫 문장을 이 광고가 썼습니다.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광고 분석 — 편의점 한 켠의 콘이 축구장을 소환하는 순간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밤 11시, 동네 슈퍼 앞에 선 청년 하나. 건물 한편에 "24HOURS 7DAYS" 네온사인이 깜빡인다. 지극히 평범한 장면에서 광고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다음 장면, 그는 수만 명의 함성이 가득한 축구 경기장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손에는 월드콘 하나.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슬로건이 노란 글씨로 경기장 잔디 위를 가로질러 올라옵니다. 롯데웰푸드가 2026년, 40주년을 맞은 월드콘을 앞세워 내놓은 이 15초짜리 광고는 아이스크림이 어떻게 판타지를 운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월드콘: 부라보콘을 꺾은 1986년의 도전자, 40년 후의 왕좌
월드콘의 탄생은 도전에서 출발했습니다. 1970년대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이 콘 아이스크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시절,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는 1986년 3월 이를 정면으로 겨누는 제품을 내놓습니다.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더 크게, 더 바삭하게, 더 달콤하게. 경쟁사 제품이 밋밋한 웨이퍼 콘을 쓸 때 월드콘은 달달하고 바삭한 '슈가콘'을 택했고, 아이스크림과 닿는 내부를 초콜릿으로 코팅해 마지막 한 입까지 촉촉함을 유지했습니다. 출시 첫 해 6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3년 차인 1988년 아이스크림 콘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콘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 뒤의 역사는 꾸준함의 기록입니다. 1996년 전체 빙과 시장 1위, 이후 수십 년간 정상을 지키며 2025년에는 다시 한 번 전체 아이스크림 판매량 1위를 기록했습니다. 40년간 팔린 누적 개수는 약 32억 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 9,000억 원. 이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 둘레의 18바퀴를 넘는 길이입니다. 브랜드 디자인도 13번이 넘게 리뉴얼됐습니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패키지를 바꾸고 광고를 내놓는 스포츠 연계 마케팅은 이 브랜드의 오랜 DNA입니다. 2010년대에는 게임 스타 '페이커(이상혁)'를 모델로 삼아 1020 세대를 공략했고, 2021년부터는 인도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 미국·베트남·몽골 등 36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글로벌 빙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출시 40주년을 맞아 선택한 모델이 바로 손흥민입니다. "월드클래스와 월드콘의 만남"이라는 롯데웰푸드의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① 캠페인 구조: 편의점에서 경기장으로, 현실이 판타지 속으로 미끄러지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이 광고의 서사 구조는 '일상 → 판타지 → 일상 → 판타지 → 합류'라는 순환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밤의 편의점 앞에 서 있던 청년이 축구 경기장 한가운데로 이동하는 첫 번째 점프. 손흥민이 수비수들을 제치는 CGI 경기 장면.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와 손흥민의 홍보 포스터 앞에 월드콘을 향해 손을 뻗는 청년. 그리고 다시 경기장으로 이어지며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타이틀 자막이 잔디를 가로지르는 순간, 청년은 이미 그 경기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엔딩에서 손흥민과 나란히 서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은 판타지가 완성되는 지점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편의점 내부 씬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월드콘을 잡으려 손을 뻗는 청년, 그 뒤 계산대에 걸린 "승리를 부르는 콘 — 월드콘" 홍보 포스터. 현실 세계에서도 월드콘은 손흥민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광고 속 청년이 바라보는 포스터 속 손흥민은 판타지 세계에서 그가 이미 만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 순환 구조 덕분에 광고는 15초 안에 '월드콘을 먹으면 손흥민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는 행위가 곧 세계적 선수와 같은 편에 서는 판타지의 입장권이 됩니다.
또한 이번 광고는 일부 장면에 "AI-Generated Content"를 명시적으로 표기했습니다. CGI와 AI 생성 영상이 혼합된 경기 장면은 실사 촬영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영상을 구현하게 해줬습니다. 광고 업계에서 AI 생성 콘텐츠를 공개적으로 표기하는 것이 아직은 드문 관행이라는 점에서, 이 광고는 한국 광고사에서 나름의 마킹을 남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② 타깃 오디언스: '부라보콘을 기억하는 세대'가 아닌 '손흥민을 아는 세대'
이 광고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청년은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읽힙니다. 후드티에 흰 운동화, 편의점을 어슬렁거리는 복장. 이른바 "Z세대"라고 부르는 코드이지만, 이 광고는 그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월드콘과 축구, 그리고 손흥민이라는 조합으로 세대를 호출합니다. 손흥민은 국내에서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좋아하는 범세대적 스포츠 스타이지만,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보며 자란 Z세대에게는 각별한 존재입니다. 편의점 문화와 야간 외출이 일상인 세대에게 "네가 사는 편의점의 그 콘이 손흥민의 월드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집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광고 집행 타이밍도 계산적입니다. 2026년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해입니다. 월드콘이라는 이름 자체에 '월드(World)'가 들어 있고, 월드컵 시즌에 맞춰 손흥민을 내세운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빙과 성수기(여름)와 월드컵(6월)이 겹치는 이 시즌에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슬로건이 공중파와 디지털에 퍼지면, 월드컵 기간 내내 판매와 연동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③ 크리에이티브 분석: 씬별로 해부하는 15초의 밀도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오프닝 — 일상성의 설계
광고는 밤의 편의점 앞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으로 시작합니다. "SUPERMARKET GENERAL FOODS"라는 영문 간판, "24HOURS 7DAYS" 네온사인. 한국의 모든 골목에 있는 그 공간입니다. 이 평범함이 이후의 판타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평범한 출발점이 없으면 비범한 도착점도 없습니다. 조명은 무드 있는 영화적 라이팅을 사용해, 이미 이 장면 자체가 단순한 '편의점 컷'이 아닌 '이야기의 시작점'임을 알립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판타지 진입 — 제품이 포탈이 되는 순간
청년이 축구 경기장에 등장했을 때 그의 손에는 월드콘이 있습니다. 제품이 세계 이동의 매개체입니다. 이 설정은 단순하지만 정직하게 유효합니다. "이 제품을 사면 그 세계에 들어간다"는 은유를 글 한 자 없이 비주얼로 전달합니다. AI 생성 CGI 경기 장면은 현실 손흥민을 촬영하기 어려운 해외 구단 일정 문제를 우회하면서도, 오히려 '꿈의 세계'라는 판타지 장르에 더 어울리는 질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편의점 귀환 씬 — 루프의 완성
광고의 가장 독창적인 씬은 청년이 다시 편의점 안에 돌아와 바닥에 떨어진 월드콘을 잡으려 손을 뻗는 장면입니다. 물고기 눈 렌즈(어안 렌즈)로 촬영된 이 씬은 과장되고 역동적인 구도를 만들며, 청년의 간절함을 코믹하면서도 공감 가능하게 표현합니다. 배경의 손흥민 포스터에 적힌 "승리를 부르는 콘"은 이 장면이 현실인지 판타지인지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월드콘을 사는 행위 자체가 이미 '승리의 서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슬로건 타이포그라피 — 자막이 경기장이 된 순간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슬로건이 굵고 노란 한글 타이포그라피로 축구 경기장 화면 위에 올라오는 장면은 이 광고에서 가장 강한 단 한 장면입니다. '승리를 부르다'는 표현은 '부르는 노래'처럼 주술적이며, '콘'은 영어 cone이자 한국어 '콘(corn)'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이 슬로건은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경기장의 함성, 그리고 편의점 선반의 아이스크림을 하나의 감각 안에 묶는 역할을 합니다.
(원본광고 · 월드콘 X 손흥민 '승리를 부르는 콘' 15초)
엔딩 — 제품 라인업의 등장
마지막 장면에서 손흥민과 청년이 나란히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뒤로 월드콘 제품 라인업 여러 종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감성 서사로 시작해 판타지를 경유한 뒤, 마지막에 제품을 보여주는 이 순서는 교과서적이면서도 효과적입니다. 브랜드 로고와 롯데웰푸드 사명이 우측 하단에 자리잡으며 마무리됩니다.
④ 아쉬운 점, 그리고 다음 캠페인이 가야 할 방향
손흥민이 월드콘을 먹지 않는다
이 광고에서 손흥민은 시종일관 축구를 합니다. 경기장에서 드리블하고, 세리머니를 합니다. 월드콘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이것은 전략적 선택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 = 월드콘' 연결고리가 감성적으로 완성되지 못하는 지점을 남깁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모델의 '음용 장면' 또는 '섭취 장면'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한 장면이 제품과 인물 사이의 정서적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15초라는 제약이 있었겠지만, 30초 버전이나 디지털 롱폼에서는 손흥민이 실제로 월드콘을 먹는 장면이 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판타지가 빠르게 소비된다
현실 → 판타지 → 현실 → 판타지 → 합류라는 서사 구조는 15초에 담기엔 지나치게 많은 레이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씬 전환이 빠르다 보니 감정 이입의 깊이가 얕아집니다. 편의점 앞 청년의 일상이 더 충분히 전달되어야 '축구장으로의 이동'이 더 극적으로 느껴집니다. 15초 TV 광고에 더해 60초 디지털 롱폼 버전에서 이 서사를 충분히 펼쳤다면 훨씬 더 큰 감정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AI 생성 표기의 이중성 — 투명성인가, 약점인가
"AI-Generated Content" 워터마크는 새로운 시대의 정직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손흥민이 실제로 여기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특히 한국 소비자가 연예인/스포츠 모델에게 갖는 '친밀감'이라는 정서적 자산을 AI 생성 씬이 부분적으로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손흥민의 실제 표정과 동작이 담긴 촬영본과 AI 생성 장면을 더 명확하게 분리하거나, 아니면 AI 생성 장면을 더 노골적으로 '판타지 장르'의 영역으로 처리해 소비자가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다음 캠페인이 가야 할 방향 — 월드컵과 40주년, 두 개의 훅을 동시에 잡아라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롯데웰푸드에게 40년 만에 찾아온 최대의 마케팅 윈도우입니다. 월드콘이라는 이름에 '월드'가 있고, 대표팀 번호를 달고 뛰는 손흥민이 모델이며, 월드컵 시즌과 여름 빙과 성수기가 완벽하게 겹칩니다. 다음 캠페인은 지금의 판타지 세계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0년의 헤리티지'를 서사의 축으로 삼아야 합니다. 1986년 월드콘 출시 → 1988 서울 올림픽 → 수많은 월드컵과 함께 성장한 브랜드의 역사를 손흥민이라는 현재와 연결할 때, 광고는 단순한 15초짜리 퍼포먼스를 넘어 문화적 아카이브가 됩니다. 또한 손흥민이 어린 시절 월드콘을 먹으며 꿈을 키웠다는 실제 에피소드를 활용한다면 AI 생성 판타지보다 훨씬 강한 감성적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⑤ 업종 맥락: 롯데 vs. 빙그레, 2026년 빙과 왕좌 쟁탈전의 실제 지형
이 광고를 제대로 읽으려면 한국 빙과 시장의 현재 구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롯데웰푸드 40.9%, 빙그레 28.2%, 해태아이스크림 14.6% 순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2025년을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빙그레 — 부라보콘을 삼키고 거대해졌다
월드콘의 가장 역사적인 라이벌은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입니다. 1972년 출시된 부라보콘은 월드콘이 나오기 14년 전부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월드콘이 그 왕좌를 빼앗은 것이 1988년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합병하면서 이 구도가 재편됩니다. 빙그레의 기존 라인업(메로나, 붕어싸만코, 투게더, 아카페라, 엑설런트)에 해태의 부라보콘, 폴라포, 누가바가 합쳐지며 사실상 두 번째 거대 플레이어가 탄생했습니다. 합병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발휘하는 2026년 여름 시즌은 롯데웰푸드 입장에서 쉽지 않은 전선입니다. 손흥민을 앞세운 월드콘의 대형 캠페인은 이 전선을 방어하는 동시에 선제 공격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롯데웰푸드 자사 브랜드 간의 포지셔닝
롯데웰푸드 내부에서도 월드콘은 죠스바·스크류바·설레임 등 대중 라인과 끌레도르·나뚜루 등 프리미엄 라인 사이에서 '브랜드 위계의 꼭대기'를 차지해야 합니다. 40년간 쌓인 1위의 헤리티지와 손흥민이라는 현재의 아이콘이 결합할 때, 월드콘은 단순한 콘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롯데웰푸드 전체 빙과 포트폴리오의 기함(flagship)이 됩니다. 이 광고는 그 포지셔닝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⑥ AI 시선 예측 기반 분석
시선은 먼저 바닥에 쓰러진 인물의 얼굴에 강하게 집중됩니다. 이후 손이 뻗는 방향을 따라 바닥의 제품으로 이동하고, 오른쪽 광고판 속 인물과 카피로 시선이 이어집니다.
광고적으로는 “승리를 부르는 콘”이라는 메시지를 상황극처럼 보여주는 컷입니다. 제품을 직접 먹기 전, 인물이 간절하게 제품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을 통해 제품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아이템처럼 표현됩니다.
시선은 왼쪽의 큰 카피 “승리를 부르는 콘”에 먼저 집중되고, 이후 공을 차는 선수와 경기장 전체로 확장됩니다. 카피가 워낙 크게 배치되어 메시지 인식이 빠른 구조입니다.
광고적으로는 제품의 효익을 설명하기보다, 축구 경기의 긴장감과 연결해 월드콘을 ‘승리’와 연결된 응원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하는 장면입니다.
시선은 중앙의 환호하는 선수와 인물에게 먼저 향하고, 이후 왼쪽 카피와 하단 제품 라인업으로 이동합니다. 마지막 컷답게 브랜드명, 제품군, 감정 반응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
광고적으로는 앞선 장면에서 만든 기대감을 승리의 순간과 제품 이미지로 마무리하는 컷입니다. 여러 맛의 제품을 함께 보여주면서 구매 선택지까지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종합적으로
세 컷은 위기 상황 → 경기 장면 → 승리/제품 라인업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단순 아이스크림 광고가 아니라, 스포츠 응원 상황과 연결해 월드콘을 승리를 부르는 재미있는 상징물처럼 보이게 만든 점이 핵심입니다.
💡 한 줄 인사이트
'승리를 부르는 콘'은 슬로건이 아닙니다. 편의점 선반에서 손을 뻗는 청년이 이미 손흥민의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선언입니다. 월드콘은 40년간 맛으로 1위를 지켰지만, 앞으로의 40년은 이야기로 1위를 지켜야 합니다. 그 이야기의 첫 문장을 이 광고가 썼습니다.